1. 글쓰기란 무엇인가?
1.1. 글 ‘쓰기’는 ‘적기’와 다르다. 단순히 글자를 받아 적는 행위와 다르게 ‘글쓰기’는 일종의 표현 행위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필사도 엄청난 공부가 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을 배우기 위한 수단이지, 새로운 내용의 창조는 아니다.)
1.2. 그렇다면 무엇을 쓰는가?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쓴다. 생각을 글로써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철저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글쓰기에서 주관성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주관성을 망각한 글쓰기를 경계해야 한다.
1.3. 글쓰기는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쓰기 환경 자체가 어느 정도 생각을 제약한다. 사용하는 언어와 작성 수단, 그리고 작성 환경이 생각을, 곧 표현되는 글을 제약한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에 주어지는 형식 또한 생각과 내용을 제약한다.
1.4. 형식이 단지 내용을 제약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형식이 때로는 생각의 형성을 돕기도 한다. 논리적 형식을 따름으로써 생각을 논리적으로 다듬을 수 있고, 문학적 형식을 따름으로써 생각을 또한 문학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일정 정도 주어진 형식을 따를 필요가 있으며, 충분히 형식을 습득한 후에는 그 형식을 버릴 필요도 있다.)
1.5. 우리는 왜 글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 왜 그 얘기가 하고 싶은가? 다른 사람의 얘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내용이 다르고 형식이 다르고, 그 결합이 다르기 때문이다. 새롭지 않은 것은 굳이 쓸 필요가 없다.
2. 대학에서의 글쓰기
2.1. 글쓰기는 ‘사회적’ 행위이다. 글쓰기는 언제나 특정 ‘언중(言衆)’을 전제한다.
2.2. 대학 또한 일종의 사회이다. 대학에서의 글쓰기는 대학사회의 구성원을 ‘언중’으로서 전제한다. 그리고 대학사회는 글쓰기의 환경으로서 대학에서의 글쓰기를 가능케 하고 또한 제약한다.
2.3. 훌륭한 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형식 속에 갇혀 있는, 그래서 생각 또한 그 안에 가둘 수밖에 없는) 기존의 글쓰기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글쓰기를 답습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조선시대의 공부 방법을 보라.)
2.4. 대학에서는 왜 글을 쓰라고 하는가?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공부이기 때문이다. 글을 씀으로써 생각을 정리하고 조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나 토론 내용을 정리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머릿속에서 (혹은 글을 쓰면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2.5. 정리된 글은 작성자의 이해 정도와 관점을 반영하는 새로운 것이 된다. 글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이 담겨 있어야 한다. 기존의 것을 그대로 복사/반복/재현하는 글은 불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