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김철호의 <국어독립만세>(유토피아, 2008)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1.
띄어쓰기는 중요하다.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문장의 뜻이 올바로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에는 각 단어를 구별해서 띄어 써야 한다. 원칙은 '각 단어를 구별해서 띄어 쓰는' 것이다.

예) 터널안굽은길,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2.
문제는 '단어'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단어'를 규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국어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분할 정도이다.

'나가다'(나다+가다)는 한 단어인가? 두 단어인가? 띄어 써야 하는가? 붙여 써야 하는가? '들어오다'(들다+오다)는? '걸어가다'(걷다+가다)는? '걸어다니다'(걷다+다니다)는?

'대량 살상무기'인가? '대량살상 무기'인가? 아니면 '대량살상무기'인가?
'청소년범죄 예방'인가? '청소년 범죄예방'인가? 아니면 '청소년범죄예방'인가?

'중세 미술연구'와 '중세미술 연구'의 의미는 다르다. '중세미술연구'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의미할 수 있다.
'근대 음악연구자'와 '근대음악 연구자'의 의미는 다르며, '근대음악연구자'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의미할 수 있다.
'현대경제학'은 '현대의 경제학'과 함께 '현대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을 의미할 수 있다.

'한자문화권'에서 '한자'와 '문화' 사이의 친화성이 '문화'와 '권' 사이의 친화성보다 더 높으므로 '한자문화권'이라고 붙여 써야 한다. '한자 문화권'이라고 띄어 쓰는 것은 좋지 않다.

'알코올중독자'라는 말은 '알코올'과 '중독'이 먼저 결합하여 '알코올중독'이 되고, 그 다음에 사람을 뜻하는 '자'가 붙어서 '알코올중독자'가 되었으므로, '알코올 중독자'라고 띄어 쓰기보다는 '알코올중독자'라고 붙여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

띄어쓰기를 잘 하려면 글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한 '단어'는 한 덩어리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띄어쓰기를 잘 하려면 의미의 흐름, 즉 문맥을 잘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적확한 띄어쓰기는 날카로운 사유를 요구한다.

3.
한글 맞춤법 규정 - '각 문장의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예외1: 조사는 앞말에 붙여 쓴다. 조사는 낱말이다. 하지만 뜻은 없고 문법상의 기능만 한다. 의미상 독립성이 약하니 앞말에 붙여서 쓰라는 뜻이다.

예외2: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두시 삼십분' '제일과' '삼학년' '육층'처럼) 순서를 나타낼 때나 ('2007년 11월 13일' '800원' '7미터'처럼) 숫자와 어울렸을 때에는 붙여 쓸 수 있다.

예외3: ('이때' '그곳' '좀더 큰것' '이말 저말' '한잎 두잎'처럼) 한 음절로 된 단어가 잇달아 나올 때에는 붙여 쓸 수 있다.

예외4: 보조용언은 경우에 따라 붙여 쓸 수 있다. 보조용언은 조사와 마찬가지로 의미상 독립성이 약하다는 점을 고려한 규정이다.

예외5: 성과 이름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띄어 쓸 수 있다.

예외6: 성명을 제외한 고유명사는 단위별로 붙여 쓸 수 있다.

예외7: 전문용어는 붙여쓸 수 있다.

4.
띄어쓰기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뜻이 잘 통하기 때문이다. 붙여 쓰든 띄어 쓰든 의미 전달에 좀더 유리한 쪽으로 결정하면 된다. 다만,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예컨대 규정에는 '먹을 텐데'로 띄어 쓰라고 되어 있지만 '먹을텐데'로 붙여 쓰더라도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혹은 의미전달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다면 과감하게(!) 이쪽을 택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다만 일관성의 유지는 필수적이다.
Posted by 공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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