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쓰기의 시작
1.1. 글을 잘 쓰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다르다. 이 말은 우선 그저 글을 썼다고 해서 글쓰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글을 쓰고 나서 퇴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말은 또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글을 일단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쓰는 것’과 ‘일단 쓰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전후 단계 모두를 위해서 필수적이다.
1.2. 일단 머릿속에 있는 것을 글로 쏟아내어야 정리를 할 수 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단지 머릿속으로만 그리면서 정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어도 좋고, 문장도 좋고, 그림도 좋고, 도식도 좋다. 무엇이든지 머릿속에 든 것을 종이 위에 꺼내놓아야 한다.
1.3. 머릿속에서 갓 탈출한 것들을 문장의 형태로 나열한다고 해서 그대로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단순히 나열된 글에는 이른바 ‘두서’가 없다. 여기에는 ‘일관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글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주제(subject)’이다.
1.4. 쏟아져 있는 단어와 문장들을 주제에 맞춰서 정리해야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살릴 것은 살리고, 살을 붙일 것은 붙이고, 살을 뺄 것은 빼고 하면서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두서 있는 글이 된다.
1.5. 하나의 주제 아래에도 여러 개의 ‘화제(topic)’가 있을 수 있다. 화제가 다르면, 단락이 달라져야 한다. 하나의 화제가 여러 개의 단락을 이룰 수도 있지만, 여러 개의 화제가 하나의 단락 안에 있어서는 곤란하다. (세 개 정도의 화제가 적절)
1.6. 글에 체계를 부여하면 비로소 글이 제 꼴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기 글의 문제점을 직적 볼 능력이 없을 때에는 타인의 도움을 빌려서라도 글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일필휘지로 좋은 글을 쓰는 것은 함부로 넘볼 경지가 아니다.
2. 읽기와 쓰기의 관계
2.1.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만으로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다른 사람의 글을 자신의 글쓰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2.2. 말과 글, 구어와 문어는 다르다. 평소에 말을 많이 하고 많이 듣는다고 해서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지는 않는다. 말은 현장성을 생명으로 한다. 글은 그 현장성을 잃어버리는 대신 지속성을 얻는다. 글에는 말이 생략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2.3. 글을 많이 읽지 않고서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정보의 절대적인 투입양이 늘어야 산출양도 늘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2.4. ‘즐기기 위한 독서’와 ‘글쓰기를 위한 독서’를 구분해야 한다. 목적의식 없는 독서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아서 막상 글쓰기에 이용하고자 할 때에 쓸 만한 재료를 남기지 않는다. 글쓰기를 위한 독서를 할 때에는 반드시 문제의식(키워드, 그물망)을 가지고서, 사용을 염두에 두고서 글을 읽어야 한다. 산출을 의식하고 투입할 때에 효율성이 배가된다.
2.5. 글의 구조를 파악하며 읽는 것도 중요하다. 글의 ‘기승전결’의 구조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를 파악하면서 읽다보면, 자신의 글 역시 그러한 구조로 짤 수 있게 된다.
2.6.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 책(자료)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필요한 책인지를 확인하는 대충 읽기와 선택적으로 읽는 것은 다르다. 언제나 시간적 제한을 두고서, 분명한 문제의식(키워드)을 가지고서 읽어야 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반드시 정독해야 하는 책이 아니라면, 그물망에 걸리는 것만을 표시하면서 넘어가는 선택적 독서를 하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다만, 선택적으로 읽으라는 말이 텍스트를 부분적으로만, 왜곡해서 읽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2.7. 정독이나 선택적 독서를 통해서, 마치 머릿속의 생각들을 문자로 꺼내놓은 것처럼, 인용할 중요한 문장(빨간색 밑줄)과 그 다음으로 중요한 문장(파란색 밑줄)을 종이 위에 꺼내놓고서 주제에 따라서, 화제에 따라서 다시 분류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