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공부하다보면 글을 써야 할 일이 많다. 내일이 제출 마감일인데, 난 책상에 앉아 있고, 읽은 것은 없고, 머릿속은 하얗고, 컴퓨터는 켜 있고, 인터넷에는 남의 글이 떠 있고, 그래서 난 지금 그저 그걸 긁어다가 붙일 뿐이고……. 그렇게 우리는 쉽게 표절을 하게 된다. 오늘날 대학에서 이처럼 남의 글을 베껴 쓰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된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무엇이 표절인지, 어떻게 해야 표절을 피할 수 있는지를 몰라서 표절을 하기도 한다. 아래에서는 표절이 무엇이며, 그것이 왜 문제인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표절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인 인용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볼 것이다.

1. 표절

1.1. 글쓰기에서 표절(剽竊, plagiarism)이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글을’,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글인 양’ 가져다가 쓰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글을 옮겨 쓰는 것이 표절이다. 이 말은 정당한 방법으로 옮겨 쓰면 표절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바로 그 정당한 방법이 인용인데, 인용에 관해서는 뒤에서 설명할 것이다. 다음으로,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글을 옮겨 쓰는 것이 표절이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의 글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글도 표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른바 ‘자기표절’과 ‘중복게재’이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이미 존재하는 글을 마치 자신의 새로운 창작물인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2. 글만이 아니라 아이디어나 표현도 얼마든지 표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표절의 대상을 중심으로 표절의 유형을 다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텍스트 표절’이다. 이는 저자의 승인을 받지 않고서, 또 인용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의 전부나 일부를 그대로 가져다가 마치 자기가 쓴 것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수준이 낮은 표절이다. 둘째는 ‘모자이크 표절’이다. 이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의 일부를 단순히 조합하거나, 다른 사람이 쓴 글에 자신의 말을 추가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 일부 단어를 동의어로 대체하여 마치 자기가 쓴 것처럼 이용하면서 글의 원저자와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이다. 이것 또한 대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절인데, 보통 베낀 글의 앞뒤로 혹은 단락 사이에 자신의 글을 알리바이로 삽입하는 다소 수준이 높은 방식이다. 셋째는 ‘아이디어 표절’이다. 이는 창시자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고서 그 사람의 아이디어 전체나 일부를 그대로 혹은 피상적으로 수정해서 자신의 아이디어(설명, 이론, 결론, 가설, 은유 등)에 도용하는 행위이다. 대학 보고서와 논문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상당히 수준이 높은 표절이다.

1.3. 표절은 저작권법상의 불법행위와 다르다. 어떤 행위가 저작권법상으로 행여 불법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표절은 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 죽은 사람의 글이더라도 그것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자신의 글인 것처럼 옮겨 쓴다면 그러한 행위는 표절이 된다. 그 말은 뒤집어서 저작권법상 권리가 보호되는 저작물을 자신의 글인 것처럼 옮겨 쓴다면 그 행위는 표절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불법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무튼 표절의 핵심은 다른 사람의 지적 성과물에 대해 자신이 진 빚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데에 있다.

1.4. 표절은 왜 나쁜가? 흔히 표절이 남의 업적을 가로채는 일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일종의 지적 절도행위라는 말이다. ‘표절’이라는 말 자체의 뜻이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지적 절도행위를 일반적인 절도행위와 다르게 인식한다. 그 이유는 첫째로 훔친 물건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며, 둘째로 훔친 물건을 과제물로 제출한다고 해서 원래의 물건 값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표절을 통해서 오히려 이익의 사회적 총량이 늘었을 뿐, 어느 누구에게도 결코 피해가 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표절을 절도행위에 비유하는 것은 오히려 적절치 않은 것 같다. 표절이 나쁜 이유는 그것이 자신을 속이는 일이고 남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자신과 사회의 지적인 성장을 모두 저해하기 때문이다.

1.5. 그런데도 우리는 왜 표절을 할까? 표절이 나쁜 행위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표절인지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엇이 표절인지를 알고 그것이 나쁜 행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표절을 통해서 얻게 될 당장의 이익이 커 보이기 때문에 표절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오늘날 표절을 통해서 얻게 될 이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부담해야 하는 위험(risk)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성적이 무효 처리될 수 있고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이제 표절은 단순히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risky) 행위인 것이다. 학생들이 표절을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표절하지 않고서 글을 쓰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인데, 이제부터 남의 글을 이용하여 글을 쓰면서도 표절하지 않는 방법, 즉 인용의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2. 인용

2.1.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읽고[多讀], 많이 쓰고[多作], 많이 생각하라[多商量]는 말이 있다. 남의 글을 읽지 않고서 좋은 글을 쓸 수는 없다. 그러나 남의 글을 읽고 글을 쓰다보면 부지불식간에 남의 글의 일부나 아이디어, 표현 등을 도용하게 된다. 이때 표절도 막아주고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이 생각하게끔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인용이라는 규칙이다. 인용을 잘 하면 단순히 표절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2.2. ‘인용’(引用)은 그 한자의 뜻처럼 남의 글을 ‘끌어다가 쓰는’ 것이다. 이때 첫 번째로 명심해야 할 것은 끌어다가 쓸 만한 가치를 지닌 글을 끌어다가 써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인용은 그럴만한 필요가 있을 때에 하는 것인지 괜히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로 명심해야 할 것은 남의 글을 왜곡해서 끌어다가 써서는 안 된다는, 마찬가지로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남의 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제대로 인용할 수 있다.

2.3. 인용에는 다른 사람의 글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쓰는 ‘직접 인용’과 다른 사람의 글을 자신의 말로 바꾸어서 이용하는 ‘간접 인용’이 있는데, 특히 직접 인용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직접 인용을 할 때에는 큰따옴표를 사용하여 그 부분이 ‘따 온’ 것임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남의 글을 가감 없이 그대로 옮겨야할 필요가 없을 때에는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자신의 말로 풀어서 적어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인용만으로 글을 써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글에 필요에 따라서 인용이 붙어야 하지, 수많은 직·간접 인용에 자신의 글이 보조적으로 붙어서는 곤란하다.

2.4. 직·간접적으로 인용한 남의 문장이나 표현 뒤에는 반드시 ‘주석’을 달아서 그 문장이 어디에서 왔는지 출처를 밝혀야 한다. 아이디어나 그림, 사진, 도표 등을 빌려온 경우에도 주석을 통해서 출처를 밝혀야 한다. 주석은 인용자의 정직성과 유식함을 과시하는 기능도 하지만, 동시에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한다. 따라서 주석에서는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자신이 참고한 자료를 독자가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그 출처에 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야 하지만, 더불어서 독자에게 유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설명이나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2.5. 인용한 문장의 출처를 밝히는 주석은 간단하게 본문 안에 달 수도 있고, 본문 밖에 달 수도 있다. 본문 안에 주석을 다는 것을 ‘본문주’라고 하는데, 인용한 문장이 끝나는 지점에 괄호를 치고 그 안에 글의 저자와 출판년도, 그리고 인용한 문장이 있는 쪽수를 적어서 표기한다. 본문주를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글의 말미에 참고문헌을 정리·제시하여 정확한 정보를 필요할 때에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본문주를 사용하더라도 출처 이외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본문 바깥에 ‘각주’를 달아야 한다. 본문주를 사용하지 않고, 아예 각주에 출처를 비롯한 각종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때에는 어떤 문헌이 처음 언급될 때에만 전체 서지사항을 밝히고 그 다음부터는 저자 이름과 (축약된) 문헌 명, 그리고 쪽수만 적는다.

• 본문주 방식

공진성은 “교육 행위 자체가 상징적 폭력인 한”, 교육 제도와 교육 내용, 그리고 교육자의 지위를 둘러싼 집단 간의 투쟁에서 “투쟁의 당사자들 중 어느 쪽도 폭력 없는 교육을 위해서 싸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공진성, 2009: 125).

참고문헌
공진성, 2009, <폭력>, 서울: 책세상.

• 각주 방식

공진성은 “폭력의 폭력성을 결정하는 것이 폭력의 사용자가 아니라 폭력의 대상”이라고 주장한다.1)
성폭력과 관련해서 우리가 ‘동일한 행동에 대해서 다른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왜 너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2)
__________
1) 공진성, <폭력>(서울: 책세상, 2009), 23쪽.
2) 공진성, <폭력>, 24쪽.



2.6. 주석을 다는 방법은 학문 분야에 따라서, 학술지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므로, 본격적인 논문을 쓸 때에는 자신의 학문분야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학술지의 인용방식을 참조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기본적인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위의 두 방식을 기본적으로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2.7. 글을 쓸 때에 필요한 구절을 (직·간접적으로) 인용하고 그 구절의 출처를 주석을 통해서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남의 글을 읽을 때에 언제나 인용해야 할 부분을 표시해 두게 되고 또한 자료의 출처를 기록해 두게 될 것이다. 인터넷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인용해야 할 부분과 함께 URL과 검색일 등의 정보를 반드시 기록해 두어야만 자신의 글에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공부는 더욱 능동적이게 된다. 적절한 인용과 정확한 출처의 표시는 학문적 정직성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효율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3. 요약

• 표절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글을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글인 양 가져다가 쓰는 행위이다.

• 표절에는 남의 글 전체나 일부를 베끼는 텍스트 표절과, 남의 글들을 또는 남의 글과 자신의 글을 짜깁기하는 모자이크 표절, 그리고 남의 발상을 베끼는 아이디어 표절이 있다.

• 저작권법상의 불법행위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지적 성과물에 대한 자신의 빚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표절이 될 수 있다.

• 표절은 자신과 타인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자신과 사회의 지적 성장을 저해하는 행위이다.

• 인용을 잘 하면 표절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 인용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그리고 남의 글을 정확히 이해한 후에 해야 한다.

• 인용에는 남의 글을 그대로 이용하는 직접 인용과 자기 말로 바꿔서 이용하는 간접 인용이 있다.

• 인용한 문장 뒤에는 반드시 주석을 달아서 문장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 주석을 다는 방식에는 출처를 본문 안에 삽입하는 본문주 방식과 본문 바깥에서 밝히는 각주 방식이 있다.

• 본격적인 학술논문을 쓸 때에는 자신의 학문분야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학술지의 출전 표기방식을 참조한다.

• 적절한 인용과 정확한 출처의 표시는 학문적 정직성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효율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Posted by 공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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